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C a m e r a O b s c u r a/S L R

값싼 카메라들






필름카메라를 처음 잡은지도 8년째사실 내가 자주 들고다니는건 주로 가벼우면서도 결과물이 독특한 플라스틱 렌즈들이나 값싼 녀석들이다. 가벼운 카메라를 좋아하는건 그저 출사가 무거우면 쉬이- 지치는 내 저질체력 때문이고ㅎㅎ 값싼 카메라를 좋아하는 이유는 역설의 아름다움 때문!


값싼 카메라들은 두 종류다. 

1. 조악하고 저급하고 불편하고 결과물도 이상해서(?) 싸거나 

2. 예전에는 꽤 날렸던 카메라들이지만 요새는 디지털의 '쨍한 기술력'에 자리를 내주고 아무 기대도 받지 못하다가 되팔리거나 버려지는 고물들.


두 경우 다 대부분 10만원 안짝 때로는 1-2만원에 거래되는 것들이라 그런지 사람들은 그 결과물까지 값쌀 걸로 기대한다. 아니 아예 기대를 안하는거지. 하지만 1번 카메라도 2번 카메라도 사실 그녀석 만의 개성과 시선이 있다. 어쩌면 카메라는 인간처럼 영혼이 있는것도 같다. 그리고 그 개성이 고스란히 결과물에 투영된다. 그 아름다움을 결과물에서 발견할 때 나는 즐겁다. 꼭 그 녀석의 영혼을 내가 쓱-쓱- 닦아서 바깥 구경을 시켜준 기분이 들거든.


애초에 카메라질을 시작할때 "렌즈나 기변병에 걸리지 않고 값싼 렌즈로도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는건 사물에 대한 시선과 실력이다" 라는 오기 비슷한 생각이 있었고 아직도 그 생각엔 변함이 없다. 내 사진이 별로라면 내 실력이 미천할 뿐이지 이 녀석들의 실력엔 아무 문제가 없다. 조악하고 저급하고 이상한(?) 결과물도 이상해서 독특하고 불편해서 그 과정이 재밌다. 너와 나. 둘이서 재미있게 노는 과정. 그게 내게는 '사진' 인 것 같다. 


플라스틱 렌즈 주제에 광각이나 반영사진도 기가막히게 뽑아주는 Eximus 

내가 직접 조립한 일본 '대인의 과학' 카메라편 키트 부록인 gakkenflex 같은 재밌는 녀석들-135필름으로 정방형을 맛볼 수 있고, 결과물도 독특하다 

아그파의 optima시리즈나 미놀타의 AF-C, 프레임이 파노라마인 귀여운 P's 그리고 후지의 Natura- 

라이언님이 빌려주신 진득-한 색감의, 로모의 LC-A 도 아직 있고.


사진의 저녀석은 야시카의 발군의 -매후 무거운게 개성인ㅋ- GX다. 그나마 벽돌이라 불리는 GSN보다 작고 가볍(?)다. 이 사진은 AE-1으로 찍은건데 아버지가 버린, 곰팡이 핀 녀석이 내게로 와서 이제 이런 사진을 뽑아 준다. 그 곰팡이 가득 핀 렌즈를 고치느라 이리저리 뛰었는데, AE-1으로 찍은 내 사진을 보더니 아버지는 이제서야 AE-1을 달란다. 필요없어 버린 녀석을 이제서야 찾는 못난 주인. 그런 주인의 손에 그녀석을 들리는건 아마 그녀석도 기분나빠 할거다. 


하나 둘 중고로 사모았던 카메라들 중엔 아직 한번도 써보지 못한 녀석들도 있다. 양구에 있는동안 사진을 좀 찍어야지 했는데 무기력증에 뒹구는 동안 필름도 같이 뒹군다. 사실 내게 있는 필름들도 전부 유통기한이 지나 롤당 싸게 구입한 값싼 필름들. :) 죄다 값싼 녀석들이지만 내게 소중한- 


내일부턴 필름 소모좀 하러 나가야겠다 :)






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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